젓대하나에 인생을 걸어온
거장의 추억을 이렇게나 말해 볼까...
추억(!追憶) 그것은 세월(歲月)의 흔적(痕迹)인가?
눈위의 발자욱이라면 차라리 지워질 날도 있으련만....
추억(追憶)은 잊혀지지 않는 흔적(痕迹)되어
사라지지 않는 아픔과 함께
마음속 깊은 곳을 저리게 한다.
그러나 그 아픔 속에 숨어 있는 감미로움은
오늘도 우리를 追憶의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인도한다....
이생강(대금). 김광석(기타)의 화음 - 황성옛터(The Imperial city old place)
연주자 죽향(竹鄕) 이생강(李生剛) 선생 하면 우선 대금이 떠오를 만큼 그는 대금으로 유명하다. 대금산조 예능 보유자로서 중요무형문화재 45호인 그는 갓 쓰고 도포입고 대금을 들어 산조나 시나위, 민요 가락을 연주하던 단아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전형적인 국악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강한 인상을 우리에게 주었던 것은 그가 故 길옥윤(吉屋潤)님과 함께 가졌던 잼셋션에서 원래 5 음계 악기로 만들어진 우리의 젓대로 7 음계 음악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던 모습이었다. 원래 양악기를 가지고도 대가가 아니면 협연하기가 어렵다는 재즈의 잼셋션˙˙˙˙˙˙. 그것을 우리의 젓대를 들고 멋스럽게 해내는 그의 음악적 감각과 기능은 가히 당대에는 겨눌 사람이 없다 할 만했다.
특히 많은 국악인들은 대중가요나 팝송, 외국민요 같은 음악을 연주하거나 양악기와의 협연을 꺼린다. 그것은 국악의 순수성을 고집하는 연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5음계 악기로 7음계 음악을 연주할 때 겪어야하는 불편함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죽향은 그것을 마다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그렇게 함으로 해서 우리 국악기를 우리 생활속에 다시 가까이 할 수 있다면 어떠한 일이라도 서슴지 않겠다는 그의 열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죽향(竹鄕)은 1960년대부터 유럽지역의 40여 개국을 순회하면서 진가를 한껏 발휘한 바 있는데 그가 1960년 5월 17일 프랑스 국제 민속예술제에 참가하여 당시 반주 악기로만 여겨왔던 대금으로 독주하는 기회를 얻어 현지 언론으로부터 “마치 수십만 마리의 꿀벌들이 꽃을 나르기 위해 날아다니는 듯한 소리와 비슷하다.”라고 격찬을 받을 만큼 당시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고, 한국 음악에 대해서는 더욱 모르는 서양 사람들에게 우리의 대금소리를 국제적으로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원래 대금은 반주용 악기로 많이 썼지만 죽향은 최초로 무대에서 독주자의 악기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는 대금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금, 단소, 피리, 퉁소 등 우리 관악기 전반에 걸쳐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는 많은 해외 공연에서 우리 고유 악기의 아름다운 소리를 뽐냈고, 또 우리 가락에 내재하는 흥과 멋과 한을 소개하여 우리 민속악의 깊은 음악성에 많은 외국인의 심금을 울려 절찬을 받기도 했다. 죽향이 젓대를 처음 잡기는 여덟 살 때라고 알려진다.
그 이후 그는 단 하루도 손에서 젓대를 놓아본 일이 없고, 오직 예의 길에 몸을 바쳐 외길 인생을 걸어 왔다. 그런 만큼 죽향 이생강 선생의 “대금 소리”는 그의 음악적 정서의 결산일 수 있으며, 그의 음악과 함께 한 삶은 어쩌면 핍박받고 그늘져야 했던 우리 겨레의 자취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2009년 7월에 발매된 [이생강, 김광석 연주집 - 화음(和音)] 은 동서양 소리가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음악의 길을 열은 음반이다. 특히 우리 전통 관악기의 그윽한 선율이 ‘기타’라는 서양의 악기와 함께 어우러져 옛가요와 가곡,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크로스오버화한 점에서 무척 흥미롭고 기대되는 앨범. 출시 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 각종 음반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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